박성희 초대전
25/04/02 14:49:55 대백프라자갤러리 조회 176
전시명 박성희 초대전
작가명 박성희
전시장소 전관
전시 기간 2025.4.15(화)∼27(일)

 

“대구미술협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인 작가 박성희는

색을 통해 일상 속에서 지나쳐버린 순간들을 회상하고,

그 속에 숨겨진 감정의 울림을 끌어낸다.

그녀의 작품은 각기 다른 색으로 이루어진 감각적 언어를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요히 머물며

순간은 지나가도 색으로 남는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 박성희의 개인전 ‘색의 감각, 머무는 흔적’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기억의 잔상들을 다양한 색채와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이번 전시는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기억들이 어떤 형상과 색채로 표출되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색이라는 감각적인 매개체를 통해 기억 속에 고요히 머물고 있는 감정의 흔적을 조형화 한다. 2006년 첫 개인전 이후 열여섯번째로 마련하는 이번 초대전은 4월 15일(화)부터 27(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마련된다.

 

예술은 마음속에 일어나는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며, 그 감정의 느낌이나 기분을 미적 표현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미적 표현은 작가의 직관적인 감성을 기반으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대상의 내적 가치와 심상을 구현해 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 박성희는 이처럼 대상의 내적 가치를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표출하는 창작활동을 통해 독창적 화풍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색의 감각, 머무는 흔적⟩(Sense of Color, Lingering Traces)이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기억의 잔상들을 다양한 색채와 추상적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색을 통해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쳐버린 순간을 되새기게 하고,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의 울림을 추상회화로 표현하고 있다. 각기 다른 색으로 이루어진 감각적 언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요히 머무는 진한 여운을 남기고, 순간으로 지나가는 아련한 기억들은 연민의 정취를 자아낸다. 그리고 지난 시간 속에 작가의 삶이 투영된 흔적들은 감성적 기록으로 남는다.

 

서울이 고향인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과 함께 작품 활동 무대를 대구로 옮겨온 후 우리 전통회화에 심취해 15년간 한국화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전통회화의 재료와 기법을 통해 한국적 미의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었다. 동양의 전통회화는 우리의 삶에 용해되어 있는 도가, 유가, 불가의 선(禪) 등의 절대적 영향으로 사유하며, 자연에 근원을 둔 자연 친화적인 예술적 사고를 형성한다. 초기 그녀의 화풍은 동양화의 본질과 기본원칙에 따른 재현적 표현방식을 동양사상에 입각해 그려낸다. 중국화론가 사혁(謝赫)이 제시한 육법(六法) 중 ‘응물상형(應物象形)’에 입각해 대상을 충실히 관찰하고, 본질적인 특징을 포착한 작품은 사실적 재현이 주는 요소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보여 준 셈이다. 하지만 대상의 단순한 모사(模寫)를 넘어, 대상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색과 그것을 회화적으로 표출하려는 욕구는 추상회화의 탐닉으로 이어졌다. 형식적 사실주의보다 작가의 주관적 해석과 정서를 반영하는 방식을 나타내는 ‘사의성(寫意性)’에 중점을 둔 표현양식의 변화는 기존 작가의 관념적 사고를 직관적 사고로 전환하기에 충분했다. 한지 대신 캔버스 천에 아크릴 물감과 혼합재료를 이용한 실험적 모색은 사물의 본질을 간결하게 함축해 냄으로써 창작 의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수묵화의 근원인 동양미학과 사의화의 이론적 배경을 익히고, 추상회화의 기본개념과 함께 표출되는 독창적 색채는 한국화의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자연과 인간, 우주의 조화를 담아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자연의 원리와 철학적 의미가 내재된 다섯 가지 색상(청, 적, 황, 백, 흑)에 개별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넘어, 조화로운 배치와 여백을 보여줌으로써 자연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재해석해 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색상이 아니라 방향, 계절, 감정, 덕목, 신체 부위 등과 연결되며,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중요한 상징성을 대표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색이 갖는 관념적 의미에 작가가 경험했던 다양한 조형적 결합을 완결시킴으로써 감성적 울림을 극대화한다. 더불어 ‘사의성(寫意性)’에 대한 직관적 인식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유감없이 구사하고 있다. 대상의 외형보다는 내면의 정신과 감흥을 최우선으로 다루고자 하는 작가의 창작 정신은 결국 이러한 창의적 조형 방식으로 마무리되는지 모른다.

 

최근 그녀의 작품에 나타나는 일련의 화풍은 간결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붓질과 먹의 농담을 활용하듯 검정색이 포함된 표현양식에서 동·서양의 미의식이 융합된 조화를 전해 주고 있다. 세밀한 묘사보다 감흥과 직관에 따라 자유롭고 감각적인 필치를 얻으려고 노력했던 작가의 집중력은 작업실에서 오랜 시간 캔버스와 씨름하게 했다. 붓의 속도와 리듬감을 살려 생동감 있는 화면을 구현해 냄으로써 즉흥성과 운율감을 표현하려는 의지는 결국 한국화의 재료적 한계를 서양화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화에서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의미와 감성을 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듯, 그녀의 작품 속 공간은 내면의 사유가 만들어 내는 무게와 깊이를 더해준다. 상징성과 함축미가 강조된 색채를 화면의 적정한 공간 속에 구성하고, 화면의 균형미를 감각적으로 표출해 냄으로써 자연과 일체감 느끼게 해주는 표현력은 오랜 시간 수묵의 농담에 관한 연구와 실험적 창의력에 천착해 온 결과일 것이다.

 

물감을 캔버스 위에 직접 부어 자연스럽게 퍼지거나 흐르게 하는 포어링 기법(Pouring Technique)과 고무 스퀴지를 이용해 물감을 밀어내며 표현하는 스퀴지 기법(Squeegee Technique)을 통해 색과 형태의 변화가 주는 우연성은 색상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중첩되는 직관적 감각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태극기가 갖는 국가 상징적 의미와 철학적 의미를 넘어 전통적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려는 현대적 조형미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을 감각적 조형 방식으로 표출하려는 도전 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된 결과인 셈이다.

 

이번 작품들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특별한 감각이 담긴 조형 방식으로 표출함으로써, 관객이 그 순간을 함께 공유하고 순간의 느낌을 나누고자 하는 욕망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결국 ‘색의 감각, 머무는 흔적’은 다양한 색채로 표현된 기억의 미묘한 변화와 일상에서 순간적으로 지나가 버리는 순간의 진정한 가치를 환기하고 사유하려는 심미적 성찰의 결과인 셈이다. 100호 연작 등 40여점의 작품을 통해 각각의 색들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내면에 내재된 기억들을 회상하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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