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 도예가 4인이 실용성과 예술성을 담아 만든
다양한 도자 그릇을 선보인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젊은 도예가 4인은 매년 전통과 현대가 접목된 다양한 작품들을 제작해 정기적으로 발표회를 갖고 있다. 올해에는 각자들의 개성적인 실용적인 그릇을 한자리에 모은 작품전을 선보인다. 《제3회 美陶會展(미도회전)-그릇》라는 제목으로 오는 7월 1일(화)부터 6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전시의 주제인 ‘그릇’은 단순한 수납의 용기를 넘어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며, 일상의 시간들을 곱게 떠안는 조용한 예술품이다. 김진욱, 남선모, 신현규, 이숙영 네 명의 지역 도예가는 실용적인 그릇을 통해 각자의 철학과 예술적 감각 그리고 흙에 대한 깊은 이해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들의 손을 거친 그릇은 단지 음식을 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간이 머물고 감각이 깃들며, 미적 사유가 흐르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김진욱 작가의 그릇은 흙의 갈라짐과 틈, 그 거칠고도 솔직한 표면을 그대로 안고 있다. 마치 대지의 숨결이 응축된 듯한 그릇은 본래 흙이 지닌 질박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품고 있으며, 그의 물레에서 태어난 그릇은 자연 속에서 시간이 스며든 듯한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지닌다. 이 그릇들은 매끈한 기교보다는 자연의 법칙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속에는 작가의 침묵과 같은 고요한 시선이 담겨 있다. 남선모 작가는 흰 백토 위에 붓을 들고 포도문양을 그려 넣는다. 그의 그릇은 단지 음식의 그릇이 아니라, 회화적인 감성이 스며든 시(詩)의 한 행간이다. 장작 가마에서 불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나온 분청 그릇은 투박하면서도 정감 넘치며, 포도무늬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그릇에서는 마치 고요한 화폭을 감상하듯 마음이 머문다. 실용성과 예술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그의 그릇은 일상 속에서 작은 사색을 이끄는 도구가 된다. 신현규 작가가 선보이는 그릇은 형태의 간결함 속에 담긴 미학이 돋보인다. 그의 작품은 실용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흙의 물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절제된 조형미를 자랑한다. 손에 쥐었을 때 전해지는 따뜻한 질감, 입술에 닿았을 때의 부드러운 곡선은 단지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오감으로 느끼는 그릇의 진면목을 일깨워준다. 그의 그릇은 실생활 속에서 조용히 빛나며, 그 자체로 공간의 기운을 정화시키는 듯한 존재감을 지닌다. 이숙영 작가는 도자 그릇 위에 인간의 형상과 색채를 입혀, 그릇의 기능성을 넘어 조형의 경지를 탐색한다. 인체의 곡선과 상징적 색채를 조화롭게 녹여낸 그녀의 작품은 마치 현대 도자조형의 실험적 무대와 같다. 그릇이라는 전통적인 형식에 인간의 이야기를 새겨 넣은 그녀의 작품은 기능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일상의 사물에서 철학과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2011년부터 김진욱, 남선모, 신현규, 이숙영은 《고운그릇전》을 시작으로 매년 전시를 개최해 왔다. 2023년부터는 《美陶會(미도회):아름다운 도예전시 모임》을 결성해 올해로 세 번째 회원전을 마련하는데, 현대사회에 흙을 접하기 쉽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도자 및 실용그릇 등 다채로운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