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들은 의복을 갖추고 부채를 들지 않으면 외출하지 않을 정도로 부채를 항상 휴대하며 소중히 여겼다. 이러한 풍속은 부채를 들고 있는 문인들이 그려진 그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선비들의 풍류와 멋은 조선시대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2025 유명작가 선면화전 - 부채 위에 그린 그림》이 오는 7월 8일(화)부터 13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개최된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작품전에서는 조선시대 대가들이 그린 선면화부터 현대 작가들의 기발하고 참신한 부채 그림까지 함께 선보인다. 《2025 유명작가 선면화전 - 부채 위에 그린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이당 김은호, 심향 박승무, 소정 변관식, 일봉 서경보, 소송 김정현, 산정 서세옥, 남천 송수남, 김동광, 임방기 비롯해 남학호, 홍원기, 심상훈, 박병구, 손수용, 강정주 등 약 3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총 300점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 가운데에는 조선 후기 활발하게 활동했던 동양화가들과 서예가들이 포함되어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당 김은호(1892~1979), 심향 박승무(1893~1980), 소정 변관식(1899~1976), 일봉 서경보(1914~1996), 소송 김정현(1916~1976), 산정 서세옥(1929~2020), 남천 송수남(1938~2013), 김동광(1958~2018), 임방기(1965~2001)의 산수 선면화 작품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선면(扇面)에 그림이나 글씨를 표현하는 경우, 서적이나 족자, 서화첩, 병풍 등 일반적인 방형(方形)의 화면과는 다른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선면화는 부채의 형태에 맞춰 독특한 구도를 갖추게 되며, 이는 다른 형식의 회화와 뚜렷이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단선(單扇)은 모양이나 크기가 서화첩과 비슷해 배치 구도 역시 유사한 반면, 접선(摺扇)은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반원형 형태로, 일반적인 서화 구도를 적용할 경우 균형이 맞지 않거나 어딘가 어색하게 보이기 쉽다. 이러한 형태적 제약 속에서도 조화를 이루며 표현된 작고 서화가들의 선면화는 그들의 작품 세계와 예술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부채를 단순한 여름 도구로만 여기지 않았다. 전별품으로 증정하거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윗사람에게 헌상하고, 벗에게는 우정을 담아 선물하는 등 부채는 다양한 의미와 목적을 지닌 선물이었다. 이에 따라 부채에 담긴 그림과 글씨의 주제와 표현 방식 또한 매우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이러한 풍속은 역사 속 한 장면으로 남았지만, 단절된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오늘날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적 책무일 것이다. 이번 《2025 유명작가 선면화전 - 부채 위에 그린 그림》을 통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며, 따스한 선면화의 정서를 함께 나누고 우리의 미술 문화를 한 걸음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면, 2025년의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의미 있고 덜 더운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