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성이는 사람과 사람, 사물의 본질적인 파동(波動)에서,
영적 영감을 감지하여 카이로스(Kairos)의 순간적이며 특별한 시간의 평화를 통해
자유로움이, 사랑이 됨을 표현하려고 한다.”
이성이 작가의 회화는 화면을 가득 채운 부드러운 민트색과 온화한 파스텔 톤의 숨결이다. 그의 색채는 강렬한 발화나 즉각적 자극보다는, 천천히 스며들어 감정을 정돈시키는 정화의 시간을 우리에게 건네준다. 색이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내면의 파동과 영적인 떨림을 감지하는 하나의 감각적 언어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공작 연작과 비구상 작품들은 서로 다른 조형 방식에도 불구하고, 모두 이 색채가 품고 있는 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정서의 울림을 중심에 둔다. 공작의 상징성은 화려함을 넘어 인간의 겸손함, 평등함, 그리고 욕망과 자유의 균형을 상징, 민트빛의 여백 속에서 다시금 부드럽게 정제된다. 화면 속 작은 마을과 식물의 무늬, 그리고 서로를 보호하듯 감싸는 구조는 작가 이성이가 이야기하는 ‘사랑의 생명력’을 은밀하고도 따뜻하게 비추어 준다. 밝고 따스한 색채로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환상적 아름다움을 담아내는《이성이 개인전: 자유로운 영혼을 갈망》를 오는 12월 9일(화)부터 12월 14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 주제인 『카이로스(Kairos)시간의 평화를 향한 ‘자유로운 영혼을 갈망’』은 단순히 흐르는 시간인 크로노스와 달리, 사랑과 예술, 추억과 영원히 깃든 특별하고 의미 있는 순간을 경험하며 얻는 내적 평화와 삶의 조화를 담으려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리스어로 ‘시간’을 의미하는 ‘카이로스(Kairos)’와 ‘크로노스(Chronos)’는 철학·신학·예술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대비로 사용된다. 여기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양적인 시간의 순간’이 아니라 어떤 ‘결정적 순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평화를 의미하는 “특정한 영적 순간에 피어나는 평화”를 표현하고 있다.
이성이 작가의 회화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는 것은 화면을 지배하는 민트색과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채 구조이다. 이 색들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나 감각적 취향을 넘어, 작가의 세계관을 이루는 핵심 조형 언어로 기능한다. 그의 작품에서 민트색은 차가움과 따뜻함이 교차하는 경계의 색이며, 감정의 과도한 고조나 극단적 명암을 거부한 채 정화와 치유의 정서를 화면 깊숙이 침윤시킨다.
민트색은 그 자체로 내면의 떨림을 정돈하는 색이다. 작가가 말하는 ‘본질적 파동’과 ‘영적인 미세 진동’은 이 부드러운 색 면 속에서 시각적으로 번역된다. 강렬한 대비 대신 투명한 색층이 겹겹이 쌓이며, 감정의 파동은 격렬한 대립보다는 잔잔한 호흡의 리듬으로 드러난다. 이는 화면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이완시키며, 그림 안에서 ‘보이지 않는 진동’을 느끼게 만드는 감각적 장치가 된다. 그의 색채는 또한 자유와 여백의 감각을 지닌다. 민트색 중심의 파스텔 톤은 무게를 덜어내고 공간을 환기시키며, 화면 곳곳에 배치된 큰 면과 작은 면의 관계는 충돌과 화해, 갇힘과 해방의 서사를 동시에 품는다. 이는 작가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해방의 미학’과도 맞닿아 있다. 감정의 억압을 폭발로 치환하기보다는, 색 자체의 숨결을 통해 긴장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작가의 대표적 주제인 공작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색채 감각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공작의 화려한 상징성은 욕망과 자기 확대, 도취를 암시하지만, 그의 작품 속에는 오히려 부드러운 민트색의 조율 속에서 겸손과 평등, 기원의 정서로 전환된다. 화려함의 과잉을 중화하고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포용하는 색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는 공작을 통해 인간 존재를 은유하는 작가의 시선과 깊게 맞물려 있다. 나아가 그의 파스텔 색채는 현실보다 꿈에 가까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선명한 현실감 대신, 카이로스적 시간 즉 ‘특별하고 질적인 순간’을 시각화하는 정서적 장면을 구현해 낸다. 시간의 연속성이 아니라 순간의 깊이로 접근하는 이 감각은 작가가 지속해서 탐구해 온 상징적 공간의 핵심이 된다. 이 점에서 이성이의 색채는 현실의 묘사가 아니라 마음의 내부에서 펼쳐지는 정서적 풍경의 구축에 더 가깝다.
한편 비구상 작품인 ‘Moments(순간)’는 색과 형태가 서로 부딪히고 화해하며, 때로는 분리되고 다시 연결되는 관계의 구조를 보여준다. 면과 선이 만들어내는 공간적 긴장 속에서 민트색과 파스텔 톤은 감정의 온도를 조절하며, 화면 전체를 안정시키는 호흡을 형성한다. 이 색채는 현실의 묵직함을 가볍게 들어 올려, 관람자가 현실과 꿈 사이의 중간 지대, 즉 카이로스적 순간을 체험하도록 이끈다. 이는 작가가 지속해서 구축해 온 정서적·영적 시공간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Peace in Kairos(공작 시리즈)’와 ‘Moments(순간)’들은 서로 다른 조형 방식에도 불구하고, 모두 이 색채가 품고 있는 잔잔하면서도 깊은 정서의 울림을 중심에 둔다. 공작의 상징성은 화려함을 넘어 인간의 겸손함, 평등함, 그리고 욕망과 자유의 균형을 이야기하며, 민트빛의 여백 속에서 다시금 부드럽게 정제된다. 화면 속 작은 마을과 식물의 무늬, 그리고 서로를 보호하듯 감싸는 구조들은 작가가 이야기하는 ‘사랑의 생명력’을 은밀하고도 따뜻하게 비추어 준다.
이성이 작가의 회화는 결코 과장되지 않는다. 대신 내면의 조용한 떨림을 색의 층위로 번역하며, 정서의 미세한 변화를 시각적 호흡으로 환기한다. 그의 민트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관객을 화면 안으로 초대하는 심리적 통로이며, 감정의 파편들을 부드럽게 수습하는 정서적 장치로 작동한다. 이번 전사는 그러한 색채의 언어가 구상과 비구상의 영역에서 어떻게 확장되고 연결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이다. 작품들은 각기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모두가 하나의 큰 정서적 흐름 속에서 관객과 조응하며 조용한 울림을 남긴다. 작가가 그려낸 이 부드러운 색의 세계는, 우리가 잊고 지낸 감정의 온도와 마음의 숨결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20여 점의 작품들은 관람자에게 작은 휴식이자,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