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며 흩어지는 구름을 통해 삶과 기억, 신앙과 내면의 풍경을 그려온 서양화가 황인영 초대전이 오는 10월 6일(화)부터 11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 4년여 동안 ‘구름’을 주요 모티프로 지속적인 조형적 탐구를 이어온 황인영의 최근 작품세계를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자리다. 작가에게 구름은 단순히 자연의 한 장면을 재현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다. 눈으로 바라볼 수는 있지만 손으로 붙잡을 수 없고, 일정한 형태를 지닌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 사라지는 구름의 가변성과 순간성은 작가 자신의 감정과 기억, 삶을 투영하는 중요한 조형적 매개체가 되고 있다.
동·서양 미술사에서 구름은 오랜 시간 다양한 의미로 표현되어 왔다. 동양미술에서는 자연의 순환과 우주의 기운을 상징하고 현실과 이상세계, 지상과 초월적 공간을 연결하는 관념적·정신적 이미지로 다루어졌다. 반면 서양미술에서는 신화적·종교적 상징에서 출발하여 점차 빛과 대기, 기후와 시간의 변화를 관찰하고 표현하는 자연의 대상으로 변화해 왔다.
황인영 작가는 이러한 미술사적 전통 위에서 구름을 자신만의 동시대적 조형언어로 재해석한다. 자연이 지닌 꾸밈없는 아름다움과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빛,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대기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눈앞의 자연풍경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그 속에 자신의 정서와 내면의 감각을 투영한다. 따라서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구름은 자연의 재현을 넘어 존재와 시간, 생성과 소멸에 대한 내면적 사유가 응축된 이미지로 읽힌다.
특히 오랜 시간 가톨릭 신앙을 통해 영적 사유와 정서를 내면화해 온 작가에게 구름은 천국과 지상을 이어주는 신성한 이미지인 동시에 현실과 이상이 교차하는 상상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작품 속 구름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초월적 세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고 교감하는 친숙한 인물들을 구름 위에 등장시키고 머물게 함으로써 종교적 상징으로서의 구름을 자신의 삶과 기억이 투영되는 친근하고 서정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영국 낭만주의 화가 J. M. W. 터너(J. M. W. Turner, 1775–1851)가 구름을 통해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빛과 색채, 대기의 흐름을 포착하고,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6)가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구름을 새로운 시점의 조형세계로 확장했듯이, 황인영 역시 자신이 일상에서 바라본 하늘과 구름에서 출발해 독자적인 회화적 사유를 전개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구름은 현실과 이상, 가시와 비가시를 넘나드는 경계이자 자신의 내면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사유의 장(場)’이다. 변화무쌍한 구름의 형상과 빛의 흐름은 작가의 기억과 감정, 신앙과 삶이 서로 중첩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이러한 점에서 황인영의 구름은 단순한 자연풍경이 아니라 작가의 삶과 정서가 투영된 ‘서정적 내면의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초대전은 자연의 한 부분인 구름이 한 작가의 삶과 신앙, 기억과 감성을 만나 어떠한 회화적 언어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며 흩어지는 구름처럼 황인영의 회화 역시 하나의 고정된 형식에 머물지 않고, 자연과 내면을 오가는 지속적인 조형적 탐구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100호 대작을 비롯해 신작 30여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