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고등학교 출신 예술인들의 모임인 영우회(嶺友會)가 오는 10월 27일(화)부터 11월 1일(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에서 《제20회 영우전(嶺友展)》을 개최한다.
1988년 창립전을 시작으로 이어져 온 영우전은 모교라는 인연으로 만난 동문 예술인들이 세대와 장르를 넘어 작품으로 교류해 온 전시다. 특히 올해 스무 번째 정기전을 맞는 이번 전시는 영우회가 걸어온 38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학연을 기반으로 한 친목단체를 넘어 지역 미술계와 함께 호흡하는 열린 예술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 영남고에서 시작된 예술의 인연
영남고등학교의 역사는 1935년 주덕근이 대구 중구 남산동에 설립한 ‘대구실수학원’에서 시작된다.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민족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교육구국의 뜻을 바탕으로 출발한 학교는 광복 이후 대구농공실수학교를 거쳐 1947년 6년제 영남중학교로 발전했으며, 1951년 학제 개편에 따라 영남고등학교가 정식 설립 인가를 받았다. 1990년에는 현재의 달서구 상인동으로 이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 속에서도 이어져 온 영남고의 교육 전통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영남고 출신 미술인들이 결성한 영우회다.
영우회는 1985년 개교 50주년을 계기로 모교가 축적해 온 문화·예술적 역량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동문 미술인들의 친목과 예술적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뜻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1988년 현대미술관에서 《영우회 창립전》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당시 전국 주요 미술대학에서 수학하고 한국 화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동문 작가들이 ‘모교’라는 공통의 기반 아래 하나의 미술단체로 결집했다. 특히 고등학교 동문 작가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미술단체로는 대구 지역에서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영우회의 출범은 지역 미술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의미를 지닌다.
초대 회장 김건규를 비롯해 정종해, 박무웅, 이일환, 남충모, 김정태, 김광배, 곽동효, 노중기, 구자현, 문순만, 이장우, 계남두, 정해균, 노태웅, 서정규, 조융일, 안병덕, 손병화, 김봉천, 하종국 등 동문 작가들이 창립에 참여했다.
○ 작품으로 힘을 보탠 동창회관 건립
영우회의 첫 전시는 예술적 교류뿐 아니라 모교와 동문사회를 위한 나눔의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 창립전에는 24명의 회원이 40여 점의 작품을 출품했으며, 영남고등학교 총동창회관 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전의 성격도 겸했다.
영우회의 창립과 초기 활동에는 당시 제28~30대 총동창회장(1986~1992)을 역임한 박종윤 변호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후원도 큰 힘이 됐다. 동문들의 참여와 후원으로 총동창회는 1989년 동창회관 건립 기공식을 가졌으며, 이후 영남고 옛 교정이 자리했던 대구 중구 남산동에 총동창회관을 준공했다.
박종윤 회장은 이후에도 ‘영우회 명예회원’ 제도를 마련해 영우회의 활동을 후원했으며, 영우회 역시 꾸준한 전시를 통해 선후배 작가들이 예술적 경험을 공유하는 교류의 장을 이어갔다.
○ 13년의 휴식기 넘어 새롭게 도약하는 영우회
창립을 이끌었던 원로 동문 작가들의 작고 등으로 영우회는 한동안 활동의 구심력이 약화되며 긴 휴식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 화단에서 활동하는 동문 작가들이 증가하고 세대 간 교류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영우회를 다시 활성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결과 2014년 《제12회 정기전》을 통해 13년간의 긴 휴식기를 끝내고 활동을 재개했다. 김건규 초대 회장에 이어 정종해가 제2대 회장으로 선임됐으며, 기존 서양화 전공 동문 중심이던 회원의 범위를 한국화, 조각, 서예, 서각, 사진, 건축 등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확대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회원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현대미술의 장르적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예술적 배경을 가진 동문들을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연결함으로써 영우회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진 영남고 미술의 맥
영우회의 역사에는 영남고등학교가 오랫동안 이어온 미술교육의 전통도 자리하고 있다.
2022년 대구문화예술회관 특별기획으로 열린 《푸른 나무 아래서-서창환과 제자들》에서는 1968년부터 1988년까지 영남중·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한 서창환의 유작과 함께 제자 박중식, 노중기, 문순만, 이장우, 노태웅, 이기성, 김봉천 등의 작품이 소개됐다.
한 스승의 가르침 아래 성장한 제자들이 각자의 조형언어를 구축하고 지역 화단의 중견작가로 성장해 온 모습은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처럼 영남고 미술교육이 만들어낸 예술적 계보를 보여준다. 스승에게서 시작된 예술적 가르침이 제자들의 작품으로 이어지고, 다시 영우회와 지역 미술의 한 흐름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창립 38년, 스무 번째 전시가 갖는 의미
현재 영우회는 2020년 취임한 남충모 제3대 회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중흥기를 모색하고 있다. 창립 당시 24명 규모였던 회원은 현재 40여 명으로 늘어났으며 서양화뿐만 아니라 한국화, 조각, 서예, 서각, 사진,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동문 예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제20회 영우전》은 이러한 영우회의 변화와 축적을 보여주는 자리다. 1988년 첫 전시 이후 38년 동안 이어진 영우회의 역사는 단순한 전시 횟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 학교에서 시작된 인연이 선후배 작가들의 예술적 교류로 이어지고, 다시 세대를 연결하는 하나의 문화적 자산으로 성장해 온 시간이기 때문이다.
남충모 영우회 회장은 “영우회가 1988년 첫 전시 이후 38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스무 번째 전시를 맞았다는 것은 단순히 동문 미술단체의 역사가 오래 지속됐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를 통해 이어진 예술적 경험과 정신이 서로 다른 세대와 장르를 연결하면서 하나의 문화적 자산으로 축적되어 왔다는 데 영우회의 가치가 있다.
이제 영우회에 필요한 것은 학연을 기반으로 한 친목과 결속을 넘어 서로 다른 세대와 장르의 예술인들이 각자의 작품세계를 존중하면서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다. 제20회 영우전이 지난 38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데 머물지 않고 동문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지역 미술계와 함께 호흡하는 열린 예술공동체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 한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제20회 영우전》은 영남고등학교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한 예술인들이 세대와 장르를 넘어 만들어온 ‘예술적 연대’의 현재를 보여준다. 1988년 시작된 작은 만남이 38년의 시간을 지나 스무 번째 전시로 이어졌듯, 이번 전시는 영우회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대구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